형사재판에서 양형은 단순한 형벌의 크기 결정이 아니라, 사회가 범죄에 대해 어떤 기준과 메시지를 가지는지를 드러내는 핵심 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양형 실무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관행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초범’이라는 이유로 감형하거나, ‘반성문 제출’ 여부를 근거로 형을 낮추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준은 형벌의 정당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며, 결과적으로 사법 불신을 심화시킨다.
우선 ‘초범’이라는 사유를 감형 근거로 삼는 관행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초범이란 말 그대로 ‘처음으로 적발된 범죄’를 의미할 뿐, ‘처음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범죄는 적발되지 않았을 뿐 반복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경제범죄나 성범죄 등은 은폐와 지연이 빈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전과 기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관대한 처분을 내리는 것은, 실제 범행의 중대성과 반복 가능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형식적 판단에 불과하다.
이는 법 앞의 평등에도 반한다.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단지 ‘처음 걸렸느냐’에 따라 형량이 달라진다면, 그 자체로 정의롭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반성문 제출’을 감형 사유로 활용하는 관행 역시 문제다.
반성문은 형식적으로는 피고인의 내면적 뉘우침을 드러내는 문서로 간주되지만, 현실에서는 상당수가 변호인의 권유나 전략에 따라 작성된다.
일정한 문장 구조와 표현이 반복되는 반성문들이 양산되고 있는 현실은, 이것이 진정한 반성의 지표라기보다 ‘양형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절차적 도구’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사과와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서면 한 장으로 형을 감경받는 구조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고, 사회적 정의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관행이 범죄 억지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범죄자가 ‘초범이면 봐줄 것이다’, ‘반성문을 제출하면 형이 줄어든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면, 이는 범죄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형벌은 단지 사후적 제재가 아니라, 잠재적 범죄를 억제하는 예방적 기능도 가져야 한다.
그 기준이 모호하고 관대하게 적용된다면, 법의 경고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양형기준에서 ‘초범’이라는 사유를 일률적인 감형 요소로 인정하는 관행은 폐지하거나 최소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범행의 구체적 내용, 피해의 규모와 회복 여부, 재범 위험성 등 실질적 요소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하며, 단순한 전과 유무는 보조적 참고 사항에 그쳐야 한다.
마찬가지로 ‘반성문 제출’ 역시 형식적 제출 여부가 아니라, 실제 피해 회복 노력과 책임 이행 여부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진정한 반성은 문장이 아니라 행동으로 입증되어야 한다.
사법의 권위는 공정성과 일관성에서 비롯된다.
납득할 수 없는 감형 기준이 유지되는 한, 판결에 대한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
이제는 형식적이고 관행적인 양형 요소를 과감히 걷어내고, 실질과 책임에 기반한 양형 체계를 확립해야 할 때다.
그것이 법치주의를 지키고, 피해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사회 전체의 정의감을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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