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청산은 해방 직후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바로 세웠어야 할 정의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과제를 완수하지 못한 채 남겨두고 있다.
이 지연된 정의의 시간 속에서, 사회는 뚜렷하게 엇갈린 두 개의 궤적을 만들어냈다.
하나는 친일로 축적된 부가 세대를 넘어 이어진 궤적이고, 다른 하나는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대가로 가난이 대물림된 궤적이다.
친일파와 그 후손이 오늘날까지도 사회 곳곳에서 경제적·사회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실은 우연이 아니다.
식민 권력에 협력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토지, 자본, 권력과의 연결고리를 확보했고, 이는 해방 이후에도 청산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강화되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형성된 부는 단순한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역사적 특혜의 산물이었다.
그 결과, 그 후손들은 비교적 안정된 기반 위에서 교육과 기회를 누리며 ‘대대로 떵떵거리는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반면,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독립운동은 생명만을 건 투쟁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재산과 생계 기반, 가족의 미래까지 모두 내놓는 선택이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활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 재산을 처분하거나, 생계를 포기한 채 투쟁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해방 이후 그들에게 남은 것은 명예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이어지는 빈곤과 사회적 소외였다.
이처럼 한쪽은 친일 행위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다른 한쪽은 독립을 위해 재산을 탕진한 결과로 가난이 대물림된 현실은 단순한 경제적 격차가 아니다.
그것은 정의가 실현되지 못한 역사적 결과이며,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구조적 불균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이 문제를 ‘과거의 일’로 치부하며 적극적으로 바로잡지 못했다.
이미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일부 재산 환수가 이루어졌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특히 친일로 형성된 부가 후손에게 이전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구조를 고려할 때, 환수의 범위는 당대 행위자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부의 형성과 이전 과정 전체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재검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동시에, 독립유공자에 대한 지원 역시 보다 근본적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국가보훈부를 중심으로 한 현재의 지원 체계는 일정 부분 의미가 있지만, 독립운동의 희생이 만들어낸 구조적 빈곤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독립유공자뿐만 아니라 그 후손까지 포함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이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역사적 책임의 이행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명백한 불균형과 부정의가 아직까지도 완전히 바로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친일 청산은 대한민국 정의 실현의 출발점이었어야 했지만, 우리는 그 출발선을 제대로 넘지 못한 채 지금까지 끌려왔다.
그 사이에서 누군가는 역사적 특혜를 기반으로 번영을 이어갔고, 누군가는 희생의 대가로 가난을 감내해야 했다.
이제는 이 왜곡된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친일로 축적된 부와 그 세습 구조를 바로잡고,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았던 이들과 그 후손이 정당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늦었지만 반드시 이루어야 할 정의다.
과거를 바로잡지 않는 한, 현재의 공정도 미래의 정의도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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