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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취업은 단순히 직장을 구하는 문제가 아니다. 사실상 어떤 인생에 배정되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같은 산업에서 같은 제품을 만들고, 같은 공급망 안에서 함께 일하는데도 어느 회사에 입사하느냐에 따라 연봉, 복지, 삶의 질, 결혼 가능성, 주거 수준까지 달라진다.

그리고 그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가장 심각한 구조적 문제 중 하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다.

특히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에서는 대기업 하나가 수많은 협력업체와 연결되어 움직인다.

그러나 현실은 하나의 생태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두 개의 세계에 가깝다.

원청 대기업 직원들은 수천만 원의 성과급과 높은 연봉을 받는 반면, 같은 제품 생산에 참여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훨씬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단순히 "큰 회사니까 많이 받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원청기업은 협상력 우위를 바탕으로 납품단가를 결정하고, 비용 절감 압력은 아래로 전달된다.

그리고 그 압력의 끝에는 결국 협력업체 노동자의 임금이 있다.

납품단가를 낮추는 구조가 반복되면 협력업체는 버틸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투자도 어렵고, 복지도 어렵고, 결국 가장 조정하기 쉬운 노동비용으로 향하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협력업체가 힘들어져도 원청기업 직원들의 성과급은 유지된다.

협력업체 노동자 임금이 정체돼도 대기업 보상체계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공급망은 하나인데 책임은 분리되어 있는 셈이다. 이 구조에서는 원청이 협력업체의 처우를 자신의 문제로 느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이제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대기업 직원 평균 보상이 협력 중소기업 노동자 평균 보상과 일정 비율 이상 벌어질 수 없도록 제도적으로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여금과 성과급 역시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제도의 핵심은 대기업 임금을 억지로 깎자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대기업이 협력업체 처우를 스스로 개선할 동기를 만들자는 데 있다.

협력업체 노동자 임금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원청기업도 영향을 받게 만드는 구조다.

그래야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관행도 줄어들고, 공급망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유인이 바뀐다.

 

현재의 구조에서는 청년들이 대기업만 바라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같은 산업 안에서도 임금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면 누가 중소기업을 선택하겠는가?

정부는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으로 가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중소기업에 가면 감수해야 할 불이익이 너무 크다.

문제를 개인 선택의 문제로 돌릴 것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단순한 숫자 차이가 아니다.

이것은 저출산 문제와 연결되고, 수도권 집중과 연결되며, 자산 양극화와도 연결된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를 집값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래에 대한 안정감은 결국 일자리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경제는 오랫동안 원청과 협력업체가 함께 만들어왔다. 그러나 함께 성장했는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공급망이 하나라면 책임도 하나여야 한다.

이제는 대기업 혼자만 성장하는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성장의 과실이 생태계 전체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격차는 시장이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격차를 조정하는 것은 결국 정책의 역할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에 대한 격려 문구가 아니라, 원청과 협력업체가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는 제도의 설계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 경제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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