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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담합은 명백한 범죄다.

경쟁을 제거하고 가격을 조작해 소비자를 조직적으로 착취하는 행위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담합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처벌이 약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제대로 처벌할 생각이 없는 법과 판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담합으로 얻은 부당이익을 기준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대신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건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범죄로 번 돈을 제대로 환수하지 않겠다는 노골적인 선택이다.

그 결과는 뻔하다. 기업은 담합으로 얻은 이익의 상당 부분을 그대로 챙기고, 일부만 떼어내면 끝난다.

과징금은 처벌이 아니라 영업비용으로 전락한다.

이런 구조를 만들어 놓고 공정거래를 말하는 것은 기만이다.


더 노골적인 문제는 자진신고 감면 제도다.

담합이라는 조직적 범죄에 대해 "먼저 배신하면 살려주겠다"는 식의 면죄부를 제도화해 놓았다.

이건 범죄 억제가 아니다. 범죄를 전제로 한 탈출 게임을 국가가 설계해 준 것이다.

기업들은 담합으로 돈을 벌다가 상황을 보고 먼저 신고해 빠져나간다.

시장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뒤다.

그럼에도 가장 먼저 손을 든 기업은 사실상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게 정상적인 법 집행인가?


사법부의 역할은 더 심각하다.

공정거래 당국이 부과한 과징금은 법원에 가면 반복적으로 깎인다.

이유는 언제나 그럴듯하다. 비례성, 산정 방식, 절차 문제. 그러나 결과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항상 기업의 부담이 줄어든다.

이건 판결이 아니다. 가격 협상이다.

법원이 하는 일은 불법을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얼마까지 내면 적당한지" 조정해 주는 것이다.

이쯤 되면 사법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구조가 결합해 만들어내는 메시지는 단순하고도 위험하다.

"담합해도 된다. 걸려도 일부만 내면 된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다. 부당이익은 대부분 남고, 과징금은 일부만 내고, 법원에서 더 줄인다.

심지어 먼저 신고하면 아예 빠져나갈 수도 있다.

이 조건에서 담합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합리적 선택이 된다.


그 결과는 이미 드러나고 있다.

법을 지키는 기업은 경쟁에서 밀리고, 법을 어기는 기업이 이익을 가져간다.

시장은 공정 경쟁이 아니라 조작된 경쟁으로 변질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정부는 산업 위축을 우려한다고 말하고, 사법부는 비례성을 말한다.

그러나 그 논리는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작동한다.

기업의 부담은 줄이고, 소비자의 피해는 외면한다.

이 정도면 실수가 아니다. 의도된 구조다.


결론은 분명하다.

지금의 법은 잘못된 정도가 아니라 왜곡되어 있다.

지금의 판결은 판단이 아니라 봐주기다.


담합은 기업이 시작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에서는 법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판결이 그것을 완성시킨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서 공정을 말하는 것은 위선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미세한 보완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기준이다.


불법으로 번 돈을 전부 환수하지 않는 한, 그리고 그 이상을 물리지 않는 한,

이 나라는 계속해서

"범죄가 이익이 되는 시장"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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