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는 늘 바쁘다.
매일같이 기자회견을 열고, 상대 당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정쟁을 벌인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 삶과 직결된 법 체계는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형법의 벌금과 형량 체계다.
우리 형법 곳곳에는 아직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같은 문구가 남아 있다.
문제는 이것이 최근 기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당수는 1995년 이후 사실상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30년 전 1천만원과 지금의 1천만원은 전혀 다른 가치다. 물가는 올랐고 화폐 가치는 변했으며 사회 구조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러나 국회는 이를 체계적으로 손보지 않았다.
대한민국에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10년이면 산업 구조가 바뀌고, 평균 소득이 달라지며, 화폐 가치 역시 크게 흔들린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회는 10년은커녕 20년, 30년 동안 벌금 기준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
이것은 단순한 입법 지연이 아니다. 국가의 기본 법체계를 유지·관리해야 할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형량을 올릴지 말지는 사회적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과잉처벌 논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벌금 기준의 현실화는 다른 문제다. 최소한 물가와 경제 규모를 반영하도록 주기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따라서 대한민국 형법에는 반드시 "10년 주기 벌금 재검토" 같은 강제 규정이 필요하다.
형량 자체를 바꾸지 않더라도 벌금 액수만큼은 국가가 의무적으로 재산정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국회의 자율에 맡겨 두면 결국 아무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는 표가 되는 이슈에는 몰려가지만, 법체계 유지·보수 같은 기본 업무에는 무관심하다.
법은 국가의 뼈대인데도 정작 그 뼈대는 수십 년째 녹슬어 가고 있다.
입법권은 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에 있다.
법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 역시 국회가 져야 한다.
그런데도 국회는 늘 변명만 늘어놓는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우선순위가 아니다, 과잉처벌 우려가 있다, 검토가 더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말들이 10년, 20년, 30년 반복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신중함이 아니다. 직무유기다.
더 심각한 것은 국회의 입법 방식이다. 한국 국회는 법 체계를 정비하지 않는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특별법 하나를 덧붙이고, 여론이 들끓으면 형량 몇 조항만 급하게 올린다.
그러면서 형법 전체는 낡은 채 방치한다. 이는 국가 법체계를 누더기로 만드는 전형적인 땜질식 입법이다.
국회는 자신들이 "열심히 일한다"고 말한다. 정말 그런가?
국민이 원하는 것은 하루 종일 싸우는 모습이 아니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도록 정비하는 것이다.
물가가 몇 배씩 오르고 사회 구조가 변했으면 벌금 체계와 형벌 체계 역시 주기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국회는 이런 기본적인 유지·보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은 틈만 나면 민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민생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법 체계를 유지하는 것, 시대와 맞지 않는 법을 고치는 것, 그것이 가장 기본적인 민생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회는 정작 가장 기본적인 일조차 미뤄왔다.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회는 늘 새로운 법을 만들겠다고 떠들지만, 이미 존재하는 법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
수십 년째 현실과 동떨어진 벌금 기준이 유지되고 있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 결과 법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국민은 법의 권위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국민은 싸움만 하는 정치인을 뽑기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시대에 맞게 법을 고치고 국가 시스템을 유지하라고 권한을 준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국회는 그 권한을 책임이 아닌 정치적 무기로만 소비해 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국회가 계속 기본 업무조차 외면한다면, 국민 역시 그런 국회를 더 이상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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