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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사들은 지금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보다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는 방법"을 먼저 걱정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교육의 본질은 점점 흐려지고, 학교 현장은 끝없는 행정과 책임 전가 속에서 무너져 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늘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교육당국이 있다. 매뉴얼은 내려보내되, 실제 책임은 현장 교사에게 떠넘기는 구조다.

 

수학여행 차량 점검 문제는 그 단적인 사례다. 교육부는 학생 안전을 이유로 각종 체크리스트와 점검 매뉴얼을 학교에 배포한다.

교사들은 출발 전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서명까지 해야 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교사가 차량 정비 전문가인가?

브레이크 계통 이상 여부, 타이어 마모 상태의 적정성, 운행기록 조작 여부를 교사가 어떻게 전문적으로 판단한단 말인가?

 

사고라도 발생하면 상황은 뻔하다. 교육부는 "매뉴얼을 보급했다"고 말할 것이고, 학교는 "절차에 따라 점검했다"고 할 것이다.

결국 마지막 책임은 현장 교사 개인에게 돌아간다. 전문성은 없지만 책임만 있는 구조다.

 

문제는 이것이 단지 수학여행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 한국 교육행정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악성 민원 문제다.

최근 몇 년간 교사들은 학부모의 폭언과 협박, 무리한 요구에 극심한 고통을 호소해 왔다.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전화와 문자, 생활지도에 대한 과도한 항의, 심지어 아동학대 신고를 무기로 한 압박까지 벌어진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대응은 대부분 "민원을 원만히 해결하라", "학부모와 충분히 소통하라"는 원론적 지침 수준에 머물러 왔다.

 

정작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법률 지원이나 즉각적인 기관 차원의 대응은 부족했다.

교사가 홀로 민원을 감당하다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비극까지 발생했지만, 교육부는 늘 대책회의와 매뉴얼 발표로 대응해 왔다.

현장의 교사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보호는 없고 책임만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문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교사들은 수업과 생활지도를 하면서도 동시에 학교폭력 조사와 행정 처리까지 떠맡는다.

학생 간 갈등 하나가 발생하면 방대한 보고서 작성, 학부모 대응, 증거 정리, 회의 준비까지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법적 분쟁이라도 발생하면 기관은 뒤로 빠지고 담당 교사 개인이 민원과 소송 압박을 견뎌야 하는 일이 반복된다.

 

아동학대 신고 문제도 마찬가지다.

교사가 생활지도를 하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신고를 받으면, 상당수는 교사 개인이 수사와 조사 과정을 감당해야 한다.

무혐의가 나와도 이미 교사는 심각한 정신적·사회적 타격을 입는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정서적 아동학대 예방 교육 강화" 같은 지침만 반복할 뿐, 현장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데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돌봄, 방과후, 생활안전, 정신건강 관리, 자살 예방, 마약 예방, 디지털 범죄 예방까지 학교로 밀려드는 사회 문제 역시 비슷하다.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학교에 집중시키고, 학교 안에서는 다시 교사 개인에게 업무와 책임이 전가된다.

교육부는 새로운 정책이 나올 때마다 공문과 체크리스트를 내려보내지만, 정작 현장 인력과 전문 지원 체계는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다.

 

결국 지금의 교육행정은 "책임의 외주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윗선은 매뉴얼로 책임을 관리하고, 현장은 실제 위험과 민원을 감당한다.

문제가 생기면 조직은 절차 준수를 이야기하지만, 교사는 삶이 무너진다.

 

교육은 본래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 교사들은 학생보다 서류를 더 오래 들여다보고, 교육보다 분쟁 예방을 더 고민한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교단을 떠나는 교사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인정해야 한다.

매뉴얼 몇 장으로 책임을 다한 척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현장 교사에게 무한 책임을 요구하면서 정작 기관은 뒤로 숨는 구조 역시 더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 안전과 교육의 질을 지키고 싶다면, 교육당국부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선생님이 왜 이런 것까지? ]

 

[ 교사가 학생에게 맞아도 참는 기막힌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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