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배달기사와 택배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약자를 보호하자는 선한 주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는 현실을 무시한 채 구호만 앞세우는 무책임한 주장에 가깝다.
정책은 감정이 아니라 현실 위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노동계의 이번 주장은 가장 기본적인 현실조차 설명하지 못한다.
최저임금이란 무엇인가?
사용자가 관리하는 노동시간에 대해 국가가 최소한의 보수를 보장하는 제도다.
회사는 직원의 출퇴근 시간을 관리하고 업무를 지시하며 근무 상태를 감독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시간 일했으면 최소 얼마는 받아야 한다"는 개념이 성립한다.
그렇다면 배달기사는 어떤가?
언제 앱을 켤지 본인이 결정한다.
언제 일을 시작할지 본인이 결정한다.
언제 쉴지 본인이 결정한다.
어떤 주문을 받을지 본인이 결정한다.
심지어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간은 누가 관리하는가?
노동계는 여기에 답해야 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앱을 켜 놓은 기사가 있다.
그중 실제 배달은 3시간을 했고, 주문 대기는 2시간이었다. 나머지 시간은 카페에서 쉬거나 다른 일을 했다.
과연 몇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할 것인가?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이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왜인가?
답이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시간이 측정될 수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런데 노동시간 자체를 정의할 수 없는 구조에 최저임금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제도의 기본 원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노동계가 플랫폼 노동의 특성을 사실상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배달기사들이 플랫폼 노동을 선택한 이유는 정규직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출퇴근의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와 유연성이다.
그런데 노동계가 주장하는 방식대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려면 기업은 노동시간을 통제해야 한다.
출퇴근 기록을 남겨야 한다.
휴게시간을 관리해야 한다.
주문 거부를 제한해야 한다.
근무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결국 지금의 플랫폼 노동은 사라지고 전통적인 고용관계로 변질된다.
도대체 무엇을 보호하겠다는 것인가?
자유를 없애고 규제를 늘려 놓은 뒤 그것을 보호라고 부를 수는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노동계가 자신들의 논리적 모순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한편으로는 플랫폼 노동자가 독립 사업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플랫폼 노동의 유연성과 자유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사용자가 노동을 관리한다면 자유는 줄어든다.
자유가 유지된다면 사용자의 관리 역시 제한된다.
두 가지를 동시에 주장하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희망사항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오랫동안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을 전개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활동마저 과거의 노동관계 틀에 억지로 집어넣으려 하고 있다.
21세기에 등장한 산업을 20세기 노사관계 모델로 설명하겠다는 발상이다.
현실이 변하면 제도도 변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현실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현실을 자신들의 기존 이론에 맞추려 한다.
그 결과가 바로 이번 최저임금 적용 주장이다.
정작 플랫폼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더 많은 선택권과 더 나은 환경일 수 있는데, 노동계는 또다시 규제와 통제부터 꺼내 들고 있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명분은 쉽다.
그러나 좋은 의도만으로 좋은 정책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정책은 현실 위에 서야 한다.
노동시간도 관리하지 못하면서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주장은 현실도, 논리도, 제도적 정합성도 갖추지 못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구호를 외치기 전에 먼저 국민들에게 답해야 한다.
사용자가 관리하지 않는 노동에 어떻게 시간당 임금을 강제할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그들의 주장은 노동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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