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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언제부터인가 '신고의 나라', '민원의 나라'가 되어 버렸다.

층간소음이 의심되면 신고한다.

주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신고한다.

인터넷 댓글이 불쾌하면 신고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가게가 있으면 민원을 넣는다.

공무원이 친절하지 않다고 느끼면 민원을 넣는다.

심지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요구를 반복하며 상대방을 괴롭히는 행위조차 "권리 행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많은 사람들은 국민성이 변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현상을 설명할 뿐 원인을 설명하지 못한다.

진짜 원인은 훨씬 단순하다.

대한민국은 타인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행위에 지나치게 관대한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악성 민원인도 마찬가지다.

악성 신고자도 마찬가지다.

무리한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하나를 알고 있다.

"잃을 것이 없다."

민원을 넣어도 실패 비용이 없다.

신고를 해도 실패 비용이 없다.

소송을 걸어도 실패 비용이 작다.

반면 상대방은 다르다.

설명해야 한다.

소명해야 한다.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시간을 써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

즉, 행위의 비용은 상대방이 부담하고 행위의 만족감은 본인이 누리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악성 민원과 악성 신고가 늘어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선해서 법을 지키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비용과 이익을 계산하는 존재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에도 책임이 따른다.

근거 없는 신고를 반복하면 불이익이 있어야 한다.

명백히 부당한 민원을 지속하면 책임이 있어야 한다.

악의적 소송으로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히면 배상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권리는 끝없이 확대했다.

그러나 책임은 확대하지 않았다.

신고할 권리.

민원 넣을 권리.

소송할 권리.

이 모든 권리는 강조하면서도 그 권리를 남용했을 때의 책임은 극도로 제한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공무원들은 악성 민원에 시달린다.

교사들은 무분별한 신고에 시달린다.

의사들은 방어진료를 한다.

기업들은 악성 분쟁 대응 조직을 운영한다.

평범한 시민들조차 언제든 누군가의 신고와 민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 속에 살아간다.

이것은 건강한 권리의식이 아니다.

책임 없는 권리의식이다.

그리고 책임 없는 권리의식은 결국 사회 전체를 피로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 노력 자체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

권리만 보호하고 책임은 방치한 결과가 지금의 사회적 비용 폭증이 아닌가.

악성 민원.

악성 신고.

무분별한 소송.

이들은 서로 다른 현상이 아니다.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타인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에 대한 책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법제도는 단순히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가 아니다.

권리와 책임의 균형을 유지하는 장치여야 한다.

그 균형이 무너진 사회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법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순간 법은 정의의 도구가 아니라, 가장 합법적으로 타인을 괴롭히는 수단으로 변질된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법치국가가 되기를 원한다면 이제는 권리를 늘리는 논의보다 권리 남용의 책임을 강화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악성 민원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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