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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스물두 살 청년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부탁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유언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사회를 향한 구조 요청이었다. 그러나 그 구조 요청은 끝내 닿지 못했다.

 

고(故) 최숙현 선수는 갑작스럽게 삶을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오랜 시간 폭행과 폭언, 모욕과 가혹행위를 견디며 살아왔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가 침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경주시청, 대한철인3종협회, 대한체육회, 경찰, 검찰, 국가인권위원회 등 여러 기관에 피해를 호소했다.

다시 말해 그는 제도를 믿었다. 국가를 믿었다. 법을 믿었다.

그러나 제도는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

 

만약 피해자가 단 한 곳에도 신고하지 않았다면, 비극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해석하려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숙현 선수는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누구도 그를 보호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죽음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사회의 실패이며 국가 시스템의 실패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폭력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싼 문화였다.

감독은 폭력을 훈련이라고 포장했고, 선배는 침묵을 강요했으며, 자격도 없는 이른바 '팀닥터'는 선수들의 생명과 인권을 좌지우지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를 오랫동안 알고도 방관하거나 묵인했다.

폭력은 일부 가해자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허용한 문화 속에서 반복되었다.

 

이러한 구조는 체육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우리는 비슷한 장면을 목격한다.

피해자는 신고하지만 조직은 체면을 먼저 생각하고, 기관은 절차를 이유로 시간을 끌며, 책임자는 서로에게 책임을 미룬다.

결국 사건은 언론에 보도되고 여론이 들끓은 뒤에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취재가 시작되자'라는 문장이 한국 사회에서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은 묻고 싶다.

왜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는가?

왜 죽은 뒤에야 모두가 책임을 말하는가?

제도는 사후 수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비극을 예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 하나를 지켜내지 못한 시스템은 아무리 훌륭한 사후 대책을 내놓더라도 그 실패를 지울 수 없다.

 

사건 이후 관련 법과 제도가 보완되었고, 이른바 '최숙현법'이라 불리는 제도 개선도 이루어졌다.

이는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법이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법은 종이에 적힌 문장일 뿐이며, 그것을 작동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과 조직이다.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신속히 분리하며, 기관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

또한 신고를 방치하거나 사건을 축소·은폐한 기관과 책임자에게도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피해자를 외면한 행정과 감독 실패가 아무런 제재 없이 넘어간다면, 다음 피해자 역시 같은 절망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다가 외면당할 가능성이 크다.

책임 없는 제도는 결국 아무도 믿지 않는 제도가 된다.

 

최숙현 선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을 믿었다. 그 믿음에 대한민국은 응답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피해자의 목소리에 가장 먼저 귀를 기울이며,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보호가 시작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최숙현 선수는 혼자 죽은 것이 아니다.

그를 지켜야 했던 조직이, 제도가, 그리고 사회가 함께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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