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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

이 말이 여전히 통용된다면, 그것은 시민의 감정이 아니라 사법부가 만들어낸 결과다.

법의 권위는 선언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판결의 결과로 입증된다.

그리고 지금, 그 입증은 실패하고 있다.


첫째, 대한민국 사법부는 돈에 따라 달라지는 방어권의 현실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

수사 초기 대응부터 증거 다툼, 전문 인력 투입까지 자원이 많은 쪽이 유리해지는 구조는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이를 교정할 장치는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는 것은 중립이 아니라 방치다.


둘째, 사법부는 양형의 일관성을 스스로 무너뜨려 왔다.

유사 사건에서 형량이 크게 갈리는 현실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정상참작'이라는 포괄적 언어 뒤에 숨어 재량을 넓히는 동안, 예측 가능성은 사라졌다.

기준이 있어도 지키지 않는다면, 기준은 권위를 가질 수 없다.


셋째, 사법부는 체감 형벌의 불평등을 제도 안에 그대로 두고 있다.

같은 벌금이 누구에게는 비용이고, 누구에게는 파국이다.

미납 시 노역으로 이어지는 구조까지 감안하면 결과의 격차는 더 커진다.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됐지만, 근본적 개편은 미뤄져 왔다.

알고도 바꾸지 않는 한, 책임은 누적된다.


넷째, 사법부의 폐쇄적 운영은 스스로에 대한 검증을 약화시켰다.

판결 간 편차와 논리에 대한 외부 검증은 제한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반복돼도 교정 속도는 더디다.

설명과 책임이 부족한 권위는 유지되지 않는다.


다섯째, 절차를 충족했음에도 결과가 납득되지 않는 사례가 누적되고 있다.

절차는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결과가 상식과 지속적으로 충돌한다면, 시민은 결과를 문제 삼는다.

"절차는 지켰다"는 말로 결과의 의문을 덮을 수는 없다.


여기서 분명히 말한다.

이 문제는 일부 개인의 실수가 아니다.

제도와 판단 구조의 문제이며, 그 운영 책임은 사법부 전체에 있다.

시민의 불신을 "오해"로 치부하는 태도 자체가 문제를 키운다.


따라서 요구한다.

선언이 아니라 구속력 있는 변화를.

- 양형 기준의 법적 구속력 강화와 판결 편차의 상시 공개·점검

- 벌금형의 소득 연동제(일수벌금제) 도입으로 체감 형벌의 형평성 확보

- 공공변호의 수사 초기 개입 의무화 및 자원 대폭 확충

- 판결 데이터의 전면 공개와 독립적 외부 평가 시스템 구축

- 전관예우를 차단하는 이해충돌 규정 강화와 실효적 제재


결론은 단순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계속해서 현실을 설명한다면, 사법부는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판결과 제도로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법의 권위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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