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자본에 맞서는 가난한 노동자라는 낡은 프레임이 여전히 모든 논의를 지배한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다. 오늘날 일부 초대형 기업 노조는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약자가 아니다.
그들은 막대한 연봉과 강력한 고용안정, 정치적 영향력, 그리고 국가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협상력을 가진 거대한 권력집단이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들을 무조건적인 노동권의 영역 안에 두려 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논란 속에서 "수십조 원 손실"이라는 표현이 공개적으로 언급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임금 협상이 아니다. 국가 핵심 산업의 생산 차질을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일반 국민의 눈에는 이것이 과연 순수한 노동권 행사로만 보이겠는가?
파업은 본질적으로 손실을 발생시키는 행위다.
문제는 그 손실의 규모와 책임이다.
동네 중소기업의 파업과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초대형 기업의 파업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반도체 생산이 흔들리면 협력업체가 무너지고 수출이 흔들리며 금융시장까지 영향을 받는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 전체에게 전가된다.
그런데도 지금의 대한민국은 거대한 경제적 피해를 유발해도 노조 측 책임은 극도로 제한한다.
심지어 일부 불법 점거나 생산방해조차 사실상 정치적·사회적 압박 속에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반복된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노동제도의 가장 기형적인 부분이다.
권리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이것은 민주주의 이전에 사회의 기본 원칙이다.
기업이 잘못하면 손해배상을 한다.
공무원이 잘못하면 국가배상이 이루어진다.
개인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 민사책임을 진다.
그런데 유독 초대형 노조의 경제적 피해만은 "노동권"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면책된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법 질서인가?
이제는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일부 대기업 강성 노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지 않다.
오히려 막대한 조직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가와 사회를 압박할 수 있는 준권력집단에 가까워졌다.
그런데도 과거 산업화 시대의 노동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니 사회적 충돌이 반복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 핵심 산업과 100대 기업 수준의 초대형 사업장에 대해서는 노동쟁의의 기준 자체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최소한 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노조와 조합원에게 실질적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국가경제에 중대한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손해의 전면 배상 원칙까지도 검토해야 한다.
물론 반발은 거셀 것이다. "노동권 탄압"이라는 구호도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묻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진정 무제한에 가까운 힘을 가진 쪽은 누구인가?
생존을 걱정하는 중소기업 노동자인가, 아니면 국가 핵심 산업을 멈출 수 있는 대기업 강성 노조인가?
노동권은 중요하다. 그러나 노동권도 책임 앞에서는 예외일 수 없다.
그것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순간, 노동은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 된다.
국회여 일할 시간이 되었다.
최근 초거대 전략기업의 성과급 논란과 노사갈등을 바라보며 많은 국민과 투자자들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도체와 같은 국가 핵심산업이 국가경제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도, 현행 제도는 과연 균형적으로 설계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은 단순한 사기업의 범위를 넘어선다. 국민연금, 개인투자자, 수출, 환율, 국가경쟁력까지 연결된 구조 속에서 이제 반도체 산업은 사실상 국가 전략자산에 가까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새로운 법·제도적 논의 역시 필요하다.
첫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필수유지업무 제도는 전기·철도·병원 등 일부 산업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반도체와 첨단산업 역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커졌다.
따라서 일정 규모 이상의 국가전략산업에 대해서는 생산 전면 중단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필수유지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의 보완 역시 필요하다.
현재 해당 법은 기술 보호와 산업 지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공급망 안정과 국가경제 보호 측면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향후에는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산 차질 상황에서 정부가 긴급조정이나 생산유지 명령 등 제한적 개입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논의해야 한다.
셋째, 노동쟁의 조정제도의 강화가 필요하다.
현행 긴급조정권은 존재하지만 실제 발동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
국가경제와 산업안보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보다 신속하게 중재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권 강화도 중요하다.
현재 대규모 성과급이나 보상체계는 사실상 경영진과 이사회 재량에 광범위하게 맡겨져 있다.
그러나 주주 역시 기업 리스크를 부담하는 핵심 이해관계자인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의 성과급에 대해서는 주주 승인 절차를 도입하거나, 총주주수익률(TSR)·ROE 등 주주성과와 연동된 보상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자본시장법 공시 강화 역시 필요하다.
현재는 성과급 총액과 산정 기준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대규모 성과급 지급 시 산정 근거와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까지 보다 상세하게 공시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는 시장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기업 스스로도 보다 책임 있는 보상체계를 설계하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논의에 대해 일부에서는 노동권 침해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왜곡한 주장일 수 있다.
현재 논의의 대상은 대한민국 전체 노동자가 아니다.
중소기업 노동자나 일반 노동현장의 기본 노동권을 제한하자는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실질적으로 논의 대상이 되는 것은 국가경제와 공급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초거대 전략산업과 대규모 조직노조다.
다시 말해, 국가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집단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공공성을 함께 요구하자는 것이다.
이는 일반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초거대 전략산업이 가진 특수성을 법과 제도에 반영하자는 논의에 가깝다.
실제로 오늘날 반도체 산업은 단순 제조업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유럽 각국은 이미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 문제로 다루고 있으며, 정부 개입과 산업통제 역시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만 과거 산업시대의 법체계와 인식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경제가 특정 전략산업과 초거대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기존 산업시대의 법체계를 넘어, 국가경제·산업안보·주주권·노동권 사이의 새로운 균형점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